본문(Content)

말 많은 미국의 첩보위성 요격일이 되었습니다. 요격대상은 2006년 12월 14일에 델타 II(Delta II)에 의해 발사된 USA-193(NRO launch 21)[1], 발사 당시 궤도에 진입하고 바로 연결이 두절되어 지금까지 헤매고 있던 위성입니다.

미 국방성(United States Department of Defense)은 지난 2월 14일에 대언론 브리핑을 통해 국방성에서 추진중인 요격계획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에 따르면, 북태평양의 이지스 순양함(Aegis cruiser) USS 레이크 에리(USS Lake Erie)에서 발사된 SM-3(Standard Missile-3) ABM(anti-ballistic missile)이 지상 240㎞ 상공에서 USA-193을 요격하게 됩니다.

발사중인 Standard Missile-3

이지스 순양함 USS 레이크 에리(CG 70)에서 발사되고 있는 SM-3. USA-193의 요격에는 이 SM-3를 위성요격에 맞게 수정한 버전이 사용됩니다.

이 위성은 현재 점점 궤도가 낮아지고 있어서[2] 그냥 방치하게 되면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에 대기권에 자동 돌입하게 되는데, 국방성에서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이 경우 위성의 연료 히드라진(hydrazine) 450㎏을 포함한 잔여위성체 1100㎏ 정도가 지표면에 충돌하게 된다고 합니다. 미사일 격추는 이 상황을 막기 위한 조치로, 미사일에 맞은 위성은 잘게 부서지고, 추락속도가 증가하여[3] 대기권에서 완전히 연소될 것입니다.

미 국방성은 요격 이유가 이 위성체가 지표면에 추락했을 경우 발생할 위험도[4]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관계자 대부분은 이 계획이 위성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5]과 동시에, 지난해에 있었던 중국의 기상위성(FY-1C) 요격 테스트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적 퍼포먼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에 중국은 기능이 정지된 자국의 기상위성을 DF-21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로 격추한 후, 이것은 절대로 적대적인 행위가 아니며, 그저 ASAT(anti-satellite weapon) 테스트였을 뿐이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이 말을 순진하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미국은 한동안 이와 관련하여 중국의 의중을 알아내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웠더랬습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이미 공식적으로 USA-193 요격 계획에 대해 미국정부 측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Missile Defense System) 테스트가 아니냐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합니다.

지구궤도 상의 스페이이스 데브리 분포도
Credit: NASA,

지구궤도 상에서 추적되고 있는 우주 쓰레기(space debri)의 분포 시뮬레이션. 흰점이 데브리의 현재 위치로, 크기는 인식을 위해 다소 과장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95%가 위성체로, 이 분포도를 참고하면 궤도의 어느 부분에 가장 우주 쓰레기가 많은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현재 스파이 위성의 추락 자체에만 관심이 모아져 있지만, 단순히 이 사실만을 사건의 전체로 간주하면 안 됩니다. 지난 중국의 위성격추에서 이미 15만개를 훨씬 넘는 우주 쓰레기(space debri)가 생겼고, 이번 격추에서도 상당량의 파편이 발생할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이번 위성격추 결정은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인류가 우주개발을 시작한지 이제 50년 밖에 되지 않아 케슬러 증후군(Kessler syndrom)이 먼훗날의 이야기처럼 생각되실지 모르겠으나, 이미 지구궤도 상의 우주 쓰레기 갯수는 위험수준에 도달한 상태입니다. 미국 정부는 우주 쓰레기가 늘어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위성격추 퍼포먼스를 진행할 것으로 보이지만, 자칫 잘못하여 USA-193의 파편이 기존의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여 또다른 우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연쇄반응[6]이 일어난다면 지구의 우주개발은 이것들을 청소하지 않는 한 영원히 종결될 것입니다. 이는 공상과학이 아닌, 실제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아주 중요한 사고입니다.

각주

1. 2006년 12월 14일에 델타 II(Delta II)에 의해 발사된 USA-193(NRO launch 21)로
미국 발사체 연합(ULA: United Launch Alliance)이 구성된 후 첫번째 발사이며, 국가정찰국(NRO: National Reconnaissance Office)의 21번째 정찰위성이었습니다. [return]
2. 이 위성은 현재 점점 궤도가 낮아지고 있어서
완벽한 궤도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위성체는 주기적으로 궤도를 보정해야 합니다. 이 궤도보정에 사용하기 위해 각 위성체는 자체적으로 분사용 연료를 내장하고 있습니다. 위성체의 수명은 분사연료의 양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return]
3. 추락속도가 증가하여
엄밀하게 말해서 위성체는 지구궤도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회전속도를 늦춰주면 대기권 진입속도가 빨라지게 됩니다. [return]
4. 이 위성체가 지표면에 추락했을 경우 발생할 위험도
분사연료로 사용되는 히드라진은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return]
5. 위성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첩보위성이기 때문에 극비에 가까운 고해상도 카메라를 내장하고 있겠지요. [return]
6. USA-193의 파편이 기존의 우주 쓰레기와 충돌하여 또다른 우주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연쇄반응
더도 말고 정확히 이 현상을 케슬러 증후군이라고 부릅니다. [return]

트랙백 목록(Trackback List)

이 글에 대한 감상/의견을 트랙백으로 보내주세요.

URL
http://www.graphittie.org/blog/trackback/57